현금흐름 투자노트· ·4분 분량
기술적 지표를 여러 개 겹쳐도 확률 90%가 되지 않는 이유
RSI·MACD·회귀선이 같은 방향을 가리켜도 독립된 증거가 아닌 이유와 승률·백테스트 주장을 검증하는 일곱 가지 질문을 정리합니다.
위험이 한국 포트폴리오로 전달되는 경로
차트에 지표를 하나 더 얹을 때마다 판단이 더 정교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RSI, MACD, 이동평균, Williams %R, 선형회귀 기울기가 모두 상승을 가리키면 다섯 표를 얻은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이 지표들이 같은 가격 자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공했다면, 독립된 다섯 증거가 아니라 한 정보를 다섯 번 세었을 수 있습니다.
기술적 분석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신호가 여러 개니까 성공확률이 90%”라는 문장을 검증 가능한 주장으로 바꾸자는 이야기입니다.
지표의 개수가 늘었다고 독립된 증거가 같은 수만큼 늘지는 않습니다. 높은 승률을 주장하려면 사전에 고정한 규칙, 전체 표본, 거래비용과 표본 밖 검증이 함께 공개돼야 합니다.
신호의 개수와 독립된 증거의 개수는 다릅니다
대부분의 가격 기반 지표는 종가, 고가, 저가와 그 변화 속도를 다시 계산합니다. RSI는 일정 기간 상승폭과 하락폭의 상대 크기를 보고, MACD는 서로 다른 기간의 지수이동평균 차이를 봅니다. 회귀선 기울기나 결정계수도 같은 가격 경로의 방향성과 적합도를 요약합니다.
계산식은 달라도 입력값이 같고 비슷한 추세 구간에 반응한다면 신호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세 지표가 일치했다’는 사실은 ‘세 개의 독립된 실험이 같은 결론을 냈다’는 뜻이 아닙니다.
거래량, 기업 실적, 유동성이나 시장 구조처럼 입력 자체가 다른 자료를 더했는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여러 지표가 같은 가격 흐름을 되풀이해 보여주는 경우와 서로 다른 정보가 같은 결론을 지지하는 경우는 증거의 무게가 다릅니다.
확률 90%를 말하려면 분모부터 공개해야 합니다
승률은 무엇을 성공으로 정의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음 날 종가가 올랐으면 성공인지, 목표수익률에 먼저 도달해야 성공인지, 손절 전에 익절해야 성공인지가 다릅니다. 보유기간과 종목군, 시장, 거래비용도 결과를 바꿉니다.
100번 중 90번 가격이 아주 조금 올랐더라도 나머지 10번의 손실이 크면 전략 전체는 손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승률이 낮아도 평균 이익이 평균 손실보다 충분히 크면 수익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승률 하나보다 기대값, 최대낙폭, 손익비와 거래비용 후 수익률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90%’라는 숫자를 평가하려면 최소한 다음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 성공과 실패의 정확한 정의
- 관찰한 전체 횟수와 제외한 사례
- 평균 이익, 평균 손실과 최대낙폭
- 수수료·세금·스프레드·슬리피지를 반영한 결과
분모와 손실 크기가 빠진 승률은 전략의 품질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백테스트가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다섯 가지 이유
첫째는 데이터 스누핑입니다. 수천 개 규칙을 시험한 뒤 가장 잘 나온 것만 보여주면 우연한 승자도 실력처럼 보입니다. Sullivan·Timmermann·White의 기술적 거래규칙 연구 는 많은 규칙을 시험할 때 선택 편향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뤘습니다.
둘째는 과최적화입니다. 기간과 임계값을 과거 자료에 딱 맞추면 새 자료에서는 성과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셋째는 미래정보 누출입니다. 신호가 확정되기 전에 알 수 없던 종가나 나중에 수정된 자료를 사용하면 실제 거래로 재현할 수 없습니다.
넷째는 생존자 편향입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종목만 넣으면 상장폐지나 거래정지로 사라진 실패 사례가 빠집니다.
다섯째는 비용과 체결입니다. 수수료, 세금, 호가 차이, 시장충격과 신호 발생 후 체결 지연을 빼면 빈번한 매매 전략일수록 결과가 부풀 수 있습니다.
CFA Institute의 백테스트·시뮬레이션 해설 도 롤링 또는 워크포워드 검증, 생존자 편향과 미래정보 편향, 구조적 변화, 하방 꼬리위험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과거 한 구간에서 잘 맞았다는 사실만으로 다음 구간의 확률을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반대 신호와 판단을 바꿀 조건
모든 기술적 규칙이 무가치하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일부 규칙은 특정 시장과 변동성 국면에서 거래비용을 뺀 뒤에도 유효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분석에 대한 경계 관점이 약해지는 반대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규칙과 임계값이 검증 전에 고정돼 있습니다.
- 시험한 종목·기간·규칙과 실패 사례까지 모두 공개합니다.
- 학습에 쓰지 않은 표본과 다른 시장에서도 결과가 유지됩니다.
- 수수료·세금·스프레드·슬리피지를 뺀 뒤에도 기대값이 양수입니다.
- 최대낙폭과 연속 손실이 공개돼 실제 운용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조건들이 독립적으로 재현된다면 “높은 승률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현재 판단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적중 사례나 사후에 고른 차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높은 확률’ 주장을 볼 때 물을 일곱 가지
- 신호 규칙과 매수·매도 시점이 사전에 고정됐는가?
- 성공과 실패의 정의, 보유기간, 표본 수가 공개됐는가?
- 시험한 모든 종목·기간·규칙이 공개됐는가?
- 학습 구간과 검증 구간이 완전히 분리됐는가?
- 수수료·세금·스프레드·슬리피지를 뺀 결과인가?
- 승률과 함께 기대값·최대낙폭·연속 손실이 공개됐는가?
- 다른 시장과 다른 변동성 국면에서도 결과가 유지됐는가?
하나라도 답이 없으면 숫자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90%를 객관적인 확률로 받아들일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지표의 쓸모는 예언보다 반복 가능성에 있습니다
기술적 지표는 관찰 규칙을 일정하게 만드는 데 유용할 수 있습니다. ‘왠지 비싸 보인다’보다 진입·축소·중단 조건을 미리 적어 두는 편이 사후 합리화를 줄입니다. 추세와 변동성에 따라 포지션 크기를 조절하거나 손실 한도를 정하는 보조도구로도 쓸 수 있습니다.
지표의 역할은 미래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신호가 강해질수록 베팅을 무한히 키우기보다 신호가 틀렸을 때 얼마나 잃을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실제 차트에 적용하는 방법
다음에 높은 승률을 내세운 차트나 서비스를 보면 지표의 개수를 세기 전에 일곱 질문을 대입해 보세요. 답이 없는 항목은 ‘틀렸다’로 표시하지 말고 ‘검증되지 않았다’로 남겨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좋은 전략 설명은 확신을 파는 대신 틀릴 수 있는 조건을 공개합니다. 재현 가능한 규칙, 전체 기록, 비용 반영과 표본 밖 검증이 없으면 높은 승률은 결론보다 추가 검증이 필요한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기술적 신호를 변동성·금리·유동성 같은 시장 환경과 함께 보는 방법은 한국 투자자가 예측보다 시장 국면을 봐야 하는 이유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를 고르고 검증하는 기준은 리서치 원칙 에 정리했습니다.